- 최고관리자
- 23회
- 26-09-29 14:59
“남는 물 없다”… 농민단체, 농업용수 ‘반도체 전용’ 논의에 정면 반발
본문
제22회 농어촌물포럼 현장 “농업용수는 식량안보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확보 압박 vs ‘식량안보 우선’
들녘 김대식 회장 "영농용수 공급 전제로 종합적 관점 접근 필요"
농식품부, 세가지 원칙 제시 "뺄셈 아닌 덧셈의 정책 추진"
[전업농신문=이태호 기자] 최근 기후변화와 대규모 첨단산업 단지 조성으로 국가적 수자원 재분배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지난 25일 나주 한국농어촌공사 본사에서 열린 '제22회 농어촌물포럼'에서는 농업용수의 다목적 활용을 둘러싼 치열한 논의가 펼쳐졌다.
전문가들은 잉여 수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밀한 데이터 기반의 물관리 시스템과 농업인의 피해를 막을 제도적 안전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농어촌공사 본사에서 열린 '제22회 농어촌물포럼'의 최대 화두는 단연 '농업용수의 다목적 활용'이었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가 극단적으로 반복되는 가운데, 반도체 등 대규모 용수를 필요로 하는 첨단산업이 부상하면서 국가적 수자원 재분배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와 반도체의 첨단산업의 팽창이 맞물리며 ‘농업용수 다목적 활용’이 국가적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 들녘경영체·쌀전업농 등 주요 농업단체들은 ‘식량안보 우선’을 공통 전제로 내세우며, 보상 체계와 법적 기반 없는 다목적 활용 논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날 물포럼은 ‘농업용수 다목적 활용방안’과 ‘하천수 사용허가 제도’를 주제로 한 전문가 발제와 집중 패널토론으로 구성됐으며, 이날 논의는 이 이슈에 관한 정·산·학·농민이 한자리에서 격돌한 사실상 첫 공개 대화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가 됐다.
■ ‘반도체 클러스터’ 등장… 공업용수원 검토 확인
김상민 한국농공학회장 겸 농어촌물포럼 공동위원장(경상국립대 교수)은 개회사에서 “최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한 국가 제반 산업에서도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위한 농업용 저수지의 다목적 활용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단지 용수 확보를 위해 농업용 저수지를 공업 용수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공개 포럼 석상에서 공식 확인한 것이다.
김 회장은 “법적·제도적 기반이 정비돼야 하며, 농업생산 인프라의 현대화와 스마트 물관리 체계 도입이 수반돼야 한다. 아울러 통합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이해관계자 간의 합리적 조율이 필수”라고 했다. 과학적 사실 자체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지 않지만, 해석은 입장에 따라 갈린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이는 단순한 ‘물 관리 효율화’ 논의가 아님을 시사한다.
농업용수는 작물 생육 시기와 지역 여건에 따라 필요 수량과 시점이 크게 달라진다. 연간 총량 기준의 ‘잉여’ 판단이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
■ 들녘 김대식 회장 “농업인 의견 반영해야… 잉여수 논리 경계”
현장 농업인들은 수자원 효율화라는 시대적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농업 기반 붕괴를 강하게 우려했다.
김대식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농업에서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생산의 기반이자 식량안보를 뒷받침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농업용수의 다목적 활용은 단순히 남는 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차원을 넘어, 본연의 기능인 안정적인 영농용수 공급을 전제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어촌물포럼 공동위원장이기도 한 김 회장은 다목적 활용 논의의 필요성을 원칙적으로 거론하면서도, 정부와 산업계가 내세우는 ‘잉여 농업용수’ 논리에 사실상 정면 반박했다.
이날 발언은 일견 온건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날선 경고가 담겼다. 정부가 ‘남는 물이 있다’는 전제하에 다목적 활용 논의를 주도해 왔는데, 김 회장은 연간 총량 기준의 잉여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가뭄·이상기후 시 용수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현장 논리다. 김 회장은 “농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물 부족과 용수 이용의 문제를 함께 살펴야 현실적인 제도를 만들 수 있다”며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농업인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업용수의 여유 여부는 특정 시점의 수량이나 연간 총량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실제 영농에 필요한 수량과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의 물 수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 쌀전업농, 식량안보 국가 기본축 “생명수 건드리면 지속 불가능”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조희성 회장은 이어진 환영사에서 ‘식량 안보 생명수’라는 표현을 들어 농업용수의 근본적 성격을 규정했다. 조 회장은 “농업인의 안정적인 용수 확보가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다목적 활용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우리 농업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이어 ‘다목적 활용 과정에서 용수 부족이나 영농상 차질이 발생한다면 철저하고 실질적인 농업 분야 피해보상 대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물 절약 활동에 참여하는 농업인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도 공식 요구했다.
단순한 ‘동의’나 ‘양보’가 아닌 ‘상응하는 보상’을 정책에 명문화하라는 요구다. 조 회장은 해수 담수화 등 신규 수원 확보를 먼저 검토하라는 취지로, 식량안보가 국가 기본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 김상우 단장 “TSMC 살린 대만 정부, 선제적 휴경 보상이 핵심”
현재 저수지 1만 7,047개소 중 공사 관리 3,427개소, 시군 관리 1만 3,620개소다. 전국 논 면적 74만ha 가운데 수리답은 64만ha(86%)다. 수요는 작물 생육 단계와 지역 수리 여건에 따라 편차가 크고, 공급은 개수로(내리흘림식) 중심이라 하천 회귀량은 많되 공급량 대비 사용량 비율은 48%에 그친다.
한국농어촌공사 김상우 단장은 “인프라 재구축을 통하지 않고는 여유 수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다목적댐과 달리 농업용 저수지는 유역 면적 대비 유효 저수량이 작아 수자원을 모으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도 지적됐다.
또한, '농업용수 다목적 활용방안'을 통해 국내 수리시설의 열악한 현실도 짚었다. 김 단장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저수지 시설의 75.8%가 50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이다.
김 단장은 “성공적인 다목적 활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 권리자와의 합의와 재정적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56년 만의 대가뭄 속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대만 정부가 취한 조치를 예로 들었다.
김 단장은 이어 “지난 2021년 56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은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반도체 생산 라인 유지를 위해 국가적 비상조치를 단행했다”며 “7만 4천여 헥타르에 달하는 농지에 대한 관수를 중단하고 휴경 보상금을 선제적으로 지급하며 산업용수를 우선 배분해 농민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반발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 산업 육성을 위해 농업용수를 희생한 극단적 사례이지만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앞둔 우리나라도 언제든 직면할 수 있는 엄중한 현실로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이해관계자의 사전 동의 확보와 영농 보장을 위한 합리적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 박문형 연구위원 — 하천수 허가 밖의 농업용수, 법적 공백
이어진 두 번째 발제에서 박문형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천수 사용 제도 및 관리방향'을 주제로 현행 제도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파고들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의 하천수 허가 제도가 서류상의 기준갈수량과 기득 사용량에 의존해 보수적으로 산정되고 있다”며, “허가 이후 사용 실적 보고와 계측 자료 검증 간의 연계가 매우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계측 방식의 표준화'와 '자료 자동수집 체계 전환'을 촉구했다.
따라서, 5만 톤 이상의 대규모 시설은 직접 계측을 의무화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검증해 서류상 허가량이 아닌 실제 사용량에 근거한 관리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결합한 '물순환 DNA(Data-Network-AI) 평가 체계'를 구축해 실시간 가용 수량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영농 공급과 국가 수자원의 지혜로운 배분 고민해야”
정부 “제도화” vs 농민 “보상 선행”… 50분의 공개 충돌
최진용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은 다목적 활용에 관한 공식화된 공개 갈등의 첫 무대가 됐다.
낙동강홍수통제소 최규현 과장은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수급 전망과 하천수 사용허가 체계와의 연계 등 안정적 물 배분 정책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이태호 부장은 용수 공급을 담당하는 관리 주체로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자원 운용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법제 전문가 이영근 박사(법과제도)는 현행 ‘농어촌정비법’ 체계에서 농업용수를 타 용도로 전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 간의 법적 분쟁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수리권(水利權) 관련 법령과 제도의 선제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농업용 수리시설은 농업인이 주체가 돼 지역의 농민 수리조합에서 만들어 사용해 왔으며, 조직 통합을 통해 한국농어촌공사로 관리권을 이관하면서 수리권 자체를 이양한 것은 아니다. 현장 농업인의 이해와 동의 없이 저수지의 다목적 활용 논의는 권리 침해다.”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윤관호 사무총장은 ‘농민의 물인 농업용수의 다목적 활용은 농업용수 이용에 문제가 없어야 된다’는 전제하에 정부 측 패널들의 제도 개선론에 맞서 ‘피해 발생 방지 및 보상 체계 선행’이라는 원칙을 반복해 강조했다. 윤 사무총장은 아울러 들녘경영체 회원들이 대규모 농업 경영 법인으로서 용수 공급 차질에 따른 경영 피해가 일반 소농보다 수배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업용수의 다목적 활용이 논의되는 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농업용수 본연의 기능인 안정적인 영농 보장이 철저히 전제되지 않은 일방적인 희생 강요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논에 타작물 재배 및 시설원예 단지가 증가하면서 농업용수 사용 방식이 고도화되고 다각화되는 추세”라며, “단순한 잉여 수량 계산을 넘어 연중 언제든 농업인들이 원하는 시기에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안정적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윤 사무총장은 또한 “농업용수 다목적 활용이 시작되면 가뭄 등 위기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할 상황이 반드시 발생하게 될 거라고 생각이 된다”며 “특수 상황 시 농업용수 이용에 관한 별도 기준을 수립하고 애초 농업용 저수지 설치 목적에 맞게 농업용수 이용이 우선돼야 하며 농업인이 농업 용수를 절약해서 다목적으로 활용을 하게 되면 그 보상 체계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도 했다.
앞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 핵심 산업 경쟁력과 육성을 위한 수자원 확보는 외면할 수 없는 중대 과제다. 그러나 1차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주먹구구식 용수 전용은 훗날 더 큰 국가적 재난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는 게 농업계의 중론이다.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물 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투명한 상생 거버넌스를 통해 법적 보상망을 촘촘히 짤 때 비로소 첨단산업과 농업의 공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농어촌공사 “AI·디지털 물관리… 110년 경험으로 대응”
한국농어촌공사는 110여 년간 축적해 온 농업생산기반시설 관리 경험과 AI·디지털 기술 기반 물관리 체계를 활용해 증가하는 물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목적 활용에 전향적이되, 농업생산 기반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포럼에서 현행 법·제도로는 농업용수의 공식적인 다목적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농어촌정비법’ 개정 없이는 농업용수를 공업·생활용수로 전환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설령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농민에 대한 손실보상 체계는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 김상우 단장이 제시한 전제 조건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기존 관리자와 농업인의 동의, 본연의 농업용수 사용 저해 금지, 대체 용수와 유지관리비 증가분에 대한 농업인 소외 방지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국가 전략산업이다. 하지만 그 물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의 문제에서 농민들은 이미 ‘일방적 희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물포럼에서 분명히 드러냈다.
공사 측이 제시한 데이터는 역설적으로 농민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 있다. 재개발·연계·매입만으로는 추가 공급이 미미하고, 개수로 손실과 노후 시설이 발목을 잡으며, 가뭄 시 생활용수 우선이 영농 피해로 직결돼도 보상 규정이 없다. ‘남는 물’을 전제한 정책은, 적어도 이날 공개된 숫자 위에서는 성립하기 어렵다.
■ 엇갈린 부처 시각, 해법은 ‘데이터 기반 과학적 관리’
포럼에서는 국가 수자원 관리를 두고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농업용 저수지의 다목적 활용 방안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신규 댐 건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산업용수 수요 급증에 대응해야 한다는 기후부의 입장과, 농업인의 권리 보호 및 농업 인프라 확충이 먼저라는 농식품부의 입장이 교차했다. 다만 양측 모두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대원칙에는 뜻을 같이하며, 덧셈의 정책을 통한 갈등 해결을 모색하기로 했다.
좌장인 최진용 서울대 교수는 “국가 전체 수자원 관리를 담당하는 기후부와 용도별 관리를 맡은 농식품부의 시각을 함께 논의하는 것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며 양 부처의 쟁점과 대안을 짚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조경일 사무관은 기후 위기 심화와 국토 개발의 포화 상태를 근거로 기존 수자원 시설의 효율적 활용을 강조했다. 조 사무관은 “신규 수자원 개발은 입지 선정부터 주민 수용성 확보, 건설까지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며, 현재 우리나라는 국토 개발이 성숙 단계에 진입해 신규 개발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안으로 기존 저수지의 과학적 관리를 꼽았다. 조 사무관은 “저수지별 수급 능력과 기후 변화에 따른 장래 유입량, 가뭄 시 공급 안정성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활용 가능한 수량을 객관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농업용 저수지의 타 용도 활용은 기존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제”라고 선을 그으며, 농식품부와 협력해 노후 시설 현대화와 수질 개선 대책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 김성률 서기관은 농업계가 느끼는 소외감과 권리 침해 우려를 대변하며 “국가 물 관리 위원 25명 중 농업계 인사는 3명에 불과해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등으로 산업용수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주호 등 기존 농업용 저수지의 활용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농업계의 반발이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서기관은 “50년 이상 잘 사용해 온 수자원을 빼앗긴다는 권리 침해 시각이 존재한다”며 “기후부 측에서는 40~50년 전 세팅된 하천수 사용 허가량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농업계 역시 수리 안전답률이 65%에 불과해 물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김 서기관은 세 가지 대원칙을 제시했다. ▲농업용수 공급에 절대적 영향이 없을 것 ▲농업계의 철저한 수용성 확보 ▲뺄셈이 아닌 덧셈의 정책 추진이다. 그는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투자되는 막대한 자본과 연계해, 농업용수 인프라 개선에 몇조원 단위의 투자를 끌어내는 등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선순위가 높은 시설부터 과학적 계측 시스템을 도입하고 관리 계획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최진용 교수(좌장)는 수자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본질을 짚었다. 최 교수는 “풍족할 때는 문제가 없던 물이, 부족해지거나 추가 수요가 생길 때 비로소 갈등의 씨앗이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상황은 농업계에 위기일 수도 있지만 기회일 수도 있다”며 “수자원이라는 공공재를 두고 이견만 내세우기보다는 서로 마음을 합쳐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합리적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이날 물포럼을 마무리했다.
한편,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김대식 회장 등 농업인 단체들은 앞으로도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이날 물포럼이 ‘논의의 서막’이라면, 법 개정 논의와 산업단지 용수 배정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본격적인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농업용수 다목적 활용 문제는 식량안보와 산업 경쟁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 시대의 새로운 자원 전쟁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출처 : 전업농신문(http://www.palnews.co.kr)
전문가들은 잉여 수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밀한 데이터 기반의 물관리 시스템과 농업인의 피해를 막을 제도적 안전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농어촌공사 본사에서 열린 '제22회 농어촌물포럼'의 최대 화두는 단연 '농업용수의 다목적 활용'이었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가 극단적으로 반복되는 가운데, 반도체 등 대규모 용수를 필요로 하는 첨단산업이 부상하면서 국가적 수자원 재분배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와 반도체의 첨단산업의 팽창이 맞물리며 ‘농업용수 다목적 활용’이 국가적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 들녘경영체·쌀전업농 등 주요 농업단체들은 ‘식량안보 우선’을 공통 전제로 내세우며, 보상 체계와 법적 기반 없는 다목적 활용 논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날 물포럼은 ‘농업용수 다목적 활용방안’과 ‘하천수 사용허가 제도’를 주제로 한 전문가 발제와 집중 패널토론으로 구성됐으며, 이날 논의는 이 이슈에 관한 정·산·학·농민이 한자리에서 격돌한 사실상 첫 공개 대화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가 됐다.
■ ‘반도체 클러스터’ 등장… 공업용수원 검토 확인
김상민 한국농공학회장 겸 농어촌물포럼 공동위원장(경상국립대 교수)은 개회사에서 “최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한 국가 제반 산업에서도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위한 농업용 저수지의 다목적 활용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단지 용수 확보를 위해 농업용 저수지를 공업 용수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공개 포럼 석상에서 공식 확인한 것이다.
김 회장은 “법적·제도적 기반이 정비돼야 하며, 농업생산 인프라의 현대화와 스마트 물관리 체계 도입이 수반돼야 한다. 아울러 통합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이해관계자 간의 합리적 조율이 필수”라고 했다. 과학적 사실 자체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지 않지만, 해석은 입장에 따라 갈린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이는 단순한 ‘물 관리 효율화’ 논의가 아님을 시사한다.
농업용수는 작물 생육 시기와 지역 여건에 따라 필요 수량과 시점이 크게 달라진다. 연간 총량 기준의 ‘잉여’ 판단이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
■ 들녘 김대식 회장 “농업인 의견 반영해야… 잉여수 논리 경계”
현장 농업인들은 수자원 효율화라는 시대적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농업 기반 붕괴를 강하게 우려했다.
김대식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농업에서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생산의 기반이자 식량안보를 뒷받침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농업용수의 다목적 활용은 단순히 남는 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차원을 넘어, 본연의 기능인 안정적인 영농용수 공급을 전제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어촌물포럼 공동위원장이기도 한 김 회장은 다목적 활용 논의의 필요성을 원칙적으로 거론하면서도, 정부와 산업계가 내세우는 ‘잉여 농업용수’ 논리에 사실상 정면 반박했다.
이날 발언은 일견 온건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날선 경고가 담겼다. 정부가 ‘남는 물이 있다’는 전제하에 다목적 활용 논의를 주도해 왔는데, 김 회장은 연간 총량 기준의 잉여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가뭄·이상기후 시 용수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현장 논리다. 김 회장은 “농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물 부족과 용수 이용의 문제를 함께 살펴야 현실적인 제도를 만들 수 있다”며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농업인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업용수의 여유 여부는 특정 시점의 수량이나 연간 총량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실제 영농에 필요한 수량과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의 물 수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 쌀전업농, 식량안보 국가 기본축 “생명수 건드리면 지속 불가능”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조희성 회장은 이어진 환영사에서 ‘식량 안보 생명수’라는 표현을 들어 농업용수의 근본적 성격을 규정했다. 조 회장은 “농업인의 안정적인 용수 확보가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다목적 활용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우리 농업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이어 ‘다목적 활용 과정에서 용수 부족이나 영농상 차질이 발생한다면 철저하고 실질적인 농업 분야 피해보상 대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물 절약 활동에 참여하는 농업인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도 공식 요구했다.
단순한 ‘동의’나 ‘양보’가 아닌 ‘상응하는 보상’을 정책에 명문화하라는 요구다. 조 회장은 해수 담수화 등 신규 수원 확보를 먼저 검토하라는 취지로, 식량안보가 국가 기본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 김상우 단장 “TSMC 살린 대만 정부, 선제적 휴경 보상이 핵심”
현재 저수지 1만 7,047개소 중 공사 관리 3,427개소, 시군 관리 1만 3,620개소다. 전국 논 면적 74만ha 가운데 수리답은 64만ha(86%)다. 수요는 작물 생육 단계와 지역 수리 여건에 따라 편차가 크고, 공급은 개수로(내리흘림식) 중심이라 하천 회귀량은 많되 공급량 대비 사용량 비율은 48%에 그친다.
한국농어촌공사 김상우 단장은 “인프라 재구축을 통하지 않고는 여유 수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다목적댐과 달리 농업용 저수지는 유역 면적 대비 유효 저수량이 작아 수자원을 모으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도 지적됐다.
또한, '농업용수 다목적 활용방안'을 통해 국내 수리시설의 열악한 현실도 짚었다. 김 단장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저수지 시설의 75.8%가 50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이다.
김 단장은 “성공적인 다목적 활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 권리자와의 합의와 재정적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56년 만의 대가뭄 속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대만 정부가 취한 조치를 예로 들었다.
김 단장은 이어 “지난 2021년 56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은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반도체 생산 라인 유지를 위해 국가적 비상조치를 단행했다”며 “7만 4천여 헥타르에 달하는 농지에 대한 관수를 중단하고 휴경 보상금을 선제적으로 지급하며 산업용수를 우선 배분해 농민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반발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 산업 육성을 위해 농업용수를 희생한 극단적 사례이지만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앞둔 우리나라도 언제든 직면할 수 있는 엄중한 현실로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이해관계자의 사전 동의 확보와 영농 보장을 위한 합리적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 박문형 연구위원 — 하천수 허가 밖의 농업용수, 법적 공백
이어진 두 번째 발제에서 박문형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천수 사용 제도 및 관리방향'을 주제로 현행 제도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파고들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의 하천수 허가 제도가 서류상의 기준갈수량과 기득 사용량에 의존해 보수적으로 산정되고 있다”며, “허가 이후 사용 실적 보고와 계측 자료 검증 간의 연계가 매우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계측 방식의 표준화'와 '자료 자동수집 체계 전환'을 촉구했다.
따라서, 5만 톤 이상의 대규모 시설은 직접 계측을 의무화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검증해 서류상 허가량이 아닌 실제 사용량에 근거한 관리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결합한 '물순환 DNA(Data-Network-AI) 평가 체계'를 구축해 실시간 가용 수량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영농 공급과 국가 수자원의 지혜로운 배분 고민해야”
정부 “제도화” vs 농민 “보상 선행”… 50분의 공개 충돌
최진용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은 다목적 활용에 관한 공식화된 공개 갈등의 첫 무대가 됐다.
낙동강홍수통제소 최규현 과장은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수급 전망과 하천수 사용허가 체계와의 연계 등 안정적 물 배분 정책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이태호 부장은 용수 공급을 담당하는 관리 주체로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자원 운용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법제 전문가 이영근 박사(법과제도)는 현행 ‘농어촌정비법’ 체계에서 농업용수를 타 용도로 전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 간의 법적 분쟁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수리권(水利權) 관련 법령과 제도의 선제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농업용 수리시설은 농업인이 주체가 돼 지역의 농민 수리조합에서 만들어 사용해 왔으며, 조직 통합을 통해 한국농어촌공사로 관리권을 이관하면서 수리권 자체를 이양한 것은 아니다. 현장 농업인의 이해와 동의 없이 저수지의 다목적 활용 논의는 권리 침해다.”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윤관호 사무총장은 ‘농민의 물인 농업용수의 다목적 활용은 농업용수 이용에 문제가 없어야 된다’는 전제하에 정부 측 패널들의 제도 개선론에 맞서 ‘피해 발생 방지 및 보상 체계 선행’이라는 원칙을 반복해 강조했다. 윤 사무총장은 아울러 들녘경영체 회원들이 대규모 농업 경영 법인으로서 용수 공급 차질에 따른 경영 피해가 일반 소농보다 수배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업용수의 다목적 활용이 논의되는 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농업용수 본연의 기능인 안정적인 영농 보장이 철저히 전제되지 않은 일방적인 희생 강요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논에 타작물 재배 및 시설원예 단지가 증가하면서 농업용수 사용 방식이 고도화되고 다각화되는 추세”라며, “단순한 잉여 수량 계산을 넘어 연중 언제든 농업인들이 원하는 시기에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안정적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윤 사무총장은 또한 “농업용수 다목적 활용이 시작되면 가뭄 등 위기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할 상황이 반드시 발생하게 될 거라고 생각이 된다”며 “특수 상황 시 농업용수 이용에 관한 별도 기준을 수립하고 애초 농업용 저수지 설치 목적에 맞게 농업용수 이용이 우선돼야 하며 농업인이 농업 용수를 절약해서 다목적으로 활용을 하게 되면 그 보상 체계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도 했다.
앞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 핵심 산업 경쟁력과 육성을 위한 수자원 확보는 외면할 수 없는 중대 과제다. 그러나 1차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주먹구구식 용수 전용은 훗날 더 큰 국가적 재난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는 게 농업계의 중론이다.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물 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투명한 상생 거버넌스를 통해 법적 보상망을 촘촘히 짤 때 비로소 첨단산업과 농업의 공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농어촌공사 “AI·디지털 물관리… 110년 경험으로 대응”
한국농어촌공사는 110여 년간 축적해 온 농업생산기반시설 관리 경험과 AI·디지털 기술 기반 물관리 체계를 활용해 증가하는 물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목적 활용에 전향적이되, 농업생산 기반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포럼에서 현행 법·제도로는 농업용수의 공식적인 다목적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농어촌정비법’ 개정 없이는 농업용수를 공업·생활용수로 전환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설령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농민에 대한 손실보상 체계는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 김상우 단장이 제시한 전제 조건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기존 관리자와 농업인의 동의, 본연의 농업용수 사용 저해 금지, 대체 용수와 유지관리비 증가분에 대한 농업인 소외 방지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국가 전략산업이다. 하지만 그 물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의 문제에서 농민들은 이미 ‘일방적 희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물포럼에서 분명히 드러냈다.
공사 측이 제시한 데이터는 역설적으로 농민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 있다. 재개발·연계·매입만으로는 추가 공급이 미미하고, 개수로 손실과 노후 시설이 발목을 잡으며, 가뭄 시 생활용수 우선이 영농 피해로 직결돼도 보상 규정이 없다. ‘남는 물’을 전제한 정책은, 적어도 이날 공개된 숫자 위에서는 성립하기 어렵다.
■ 엇갈린 부처 시각, 해법은 ‘데이터 기반 과학적 관리’
포럼에서는 국가 수자원 관리를 두고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농업용 저수지의 다목적 활용 방안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신규 댐 건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산업용수 수요 급증에 대응해야 한다는 기후부의 입장과, 농업인의 권리 보호 및 농업 인프라 확충이 먼저라는 농식품부의 입장이 교차했다. 다만 양측 모두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대원칙에는 뜻을 같이하며, 덧셈의 정책을 통한 갈등 해결을 모색하기로 했다.
좌장인 최진용 서울대 교수는 “국가 전체 수자원 관리를 담당하는 기후부와 용도별 관리를 맡은 농식품부의 시각을 함께 논의하는 것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며 양 부처의 쟁점과 대안을 짚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조경일 사무관은 기후 위기 심화와 국토 개발의 포화 상태를 근거로 기존 수자원 시설의 효율적 활용을 강조했다. 조 사무관은 “신규 수자원 개발은 입지 선정부터 주민 수용성 확보, 건설까지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며, 현재 우리나라는 국토 개발이 성숙 단계에 진입해 신규 개발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안으로 기존 저수지의 과학적 관리를 꼽았다. 조 사무관은 “저수지별 수급 능력과 기후 변화에 따른 장래 유입량, 가뭄 시 공급 안정성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활용 가능한 수량을 객관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농업용 저수지의 타 용도 활용은 기존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제”라고 선을 그으며, 농식품부와 협력해 노후 시설 현대화와 수질 개선 대책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 김성률 서기관은 농업계가 느끼는 소외감과 권리 침해 우려를 대변하며 “국가 물 관리 위원 25명 중 농업계 인사는 3명에 불과해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등으로 산업용수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주호 등 기존 농업용 저수지의 활용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농업계의 반발이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서기관은 “50년 이상 잘 사용해 온 수자원을 빼앗긴다는 권리 침해 시각이 존재한다”며 “기후부 측에서는 40~50년 전 세팅된 하천수 사용 허가량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농업계 역시 수리 안전답률이 65%에 불과해 물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김 서기관은 세 가지 대원칙을 제시했다. ▲농업용수 공급에 절대적 영향이 없을 것 ▲농업계의 철저한 수용성 확보 ▲뺄셈이 아닌 덧셈의 정책 추진이다. 그는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투자되는 막대한 자본과 연계해, 농업용수 인프라 개선에 몇조원 단위의 투자를 끌어내는 등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선순위가 높은 시설부터 과학적 계측 시스템을 도입하고 관리 계획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최진용 교수(좌장)는 수자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본질을 짚었다. 최 교수는 “풍족할 때는 문제가 없던 물이, 부족해지거나 추가 수요가 생길 때 비로소 갈등의 씨앗이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상황은 농업계에 위기일 수도 있지만 기회일 수도 있다”며 “수자원이라는 공공재를 두고 이견만 내세우기보다는 서로 마음을 합쳐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합리적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이날 물포럼을 마무리했다.
한편,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김대식 회장 등 농업인 단체들은 앞으로도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이날 물포럼이 ‘논의의 서막’이라면, 법 개정 논의와 산업단지 용수 배정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본격적인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농업용수 다목적 활용 문제는 식량안보와 산업 경쟁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 시대의 새로운 자원 전쟁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출처 : 전업농신문(http://www.p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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